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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자연(nature)이란 말은,
자연, 천성, 본성이라는 뜻을 함께 지닌다.
숲에서의 질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질문’이기 전에
참여자의 내면(본성)으로 돌아가게 하는
질문이어야 한다.
산림치유 현장에서 우리는 종종 이렇게 묻는다.
“프로그램이 어떠셨나요?”
“소감 한 마디씩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 질문들 자체는 틀리지 않다.
그러나 때로는 질문이 질문으로 머무르지 못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말로 흘러가기도 한다.
치유를 일으키는 질문은
답을 얻기 위해 던지는 질문이 아니다.
그 질문에 머무르게 하는 질문이다.
숲에서 치유를 일으키는 질문에는
몇 가지 중요한 전제가 있다.
첫째, 질문은 자연보다 앞서지 않는다.
자연과 충분 만남이 일어난 후에야
질문은 생명력을 얻는다.
나무, 돌, 바람, 햇빛을 통해
인상 깊은 느낌이 먼저 일어나고
그 느낌이 몸과 마음에 자리를 잡을 때
비로소 질문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둘째, 질문은 해석이 아니라 연결을 돕는다.
숲에서의 질문은 의미를 설명해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참여자가 자신의 느낌과 삶을 연결하도록 돕는 다리이다.
“무엇이 가장 인상깊었나요?”
“그 느낌을 삶에서도 느낀 적이 있을까요?”
이 질문들은 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느낌이 스스로 말을 걸어오도록 기다리는 질문이다.
셋째, 질문은 안내자의 상태에서 나온다.
같은 질문이라도 안내자가 초연한 상태에 있을 때와
불편하거나 결과를 기대할 때는 전혀 다른 울림으로 전달된다.
숲에서 치유를 일으키는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내면의 깊이에서 나온다.
질문을 잘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잘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내 안에서 올라오는 느낌을 알아차리고 멈출 수 있는 힘이다.
내면이 투명한 거울이 되었을 때
질문은 상대를 되비춰주어 참여자의 무의식과 만날 수 있다.
산림치유지도사가 질문을 한다는 것은
참여자를 치유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숲과 참여자가 자연의 흐름을 조용히 따라가며
그 흐름이 더 깊어지도록 돕는 일이다.
산림치유지도사는 치유의 주체가 아니다.
치유는 숲과 참여자 사이에서 일어난다.
우리는 다만, 그 만남의 느낌이 지나치지 않도록
한 번 더 머물게 하는 질문을 건넬 뿐이다.
숲에서의 질문은
답을 얻는 말이 아니라
본성을 향해 돌아가게 하는 초대이다.
- 송정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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